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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알던 내가 아냐” 에이스로 거듭난 뿌리기술
 
첨단 뿌리기술과 뿌리기술 육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
 
송해영기자 | 2016.10.31 |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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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근간을 떠받치는 뿌리산업.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뿌리산업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여전히 ‘3D(Dangerous, Dirty, Difficult) 업종’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뿌리산업과 별개로 뿌리기술은 소프트웨어, 자동화, 3D 프린팅 등의 첨단 기술과 결합해 위기의 제조업을 구할 ACE(Automatic, Clean, Easy)로 거듭나고 있었는데.
왜 뿌리기술인가
아직 많은 이들에게 뿌리산업은 ‘돈 못 벌어오는 가장’이다.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마주 하면 3D(Dirty, Dangerous, Difficult) 업종이라는 이미지가 맨 먼저 떠오른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광고를 쏟아내다시피 하는 자동차나 IT, 휴대폰산업 등 ‘옆집 가장’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첨단 뿌리기술을 선정 및 지원하고 뿌리기술 연구를 위한 센터를 설립하는 등 뿌리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망에 따르면 국내 뿌리산업 시장 규모는 2011년 94조 7,000억 원에서 2020년에는 192조 7,000억 원까지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위기에 빠진 제조업을 구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뿌리기술. 그런데, 왜 뿌리기술일까?
7.6%, 그 이상의 의미
뿌리산업은 소재산업과 완제품산업의 중간에 위치하는 ‘만들기 산업’으로 제조업의 근간을 이룬다. 우리나라에서는 뿌리산업을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및 접합, 열처리, 표면처리의 여섯 개 분야로 나눈다. 2013년도 뿌리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제조기업 가운데 뿌리기업은 7.6%(26,013개)에 이른다. 그 수가 적다고? 하지만 유의할 점이 하나 있다. 뿌리기업에 포함되려면 뿌리기술의 활용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현대자동차는 뿌리기업에 속할까? 정답은 ‘아니오’다. 1.6톤 짜리 자동차 한 대에서 뿌리기술을 활용해 만든 부품은 86%(1.36톤)에이른다. 부품 개수 기준으로는 90%(2만 2,500개)에 해당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매출액은 자동차 제조뿐만 아니라 디자인, 개발, 마케팅 등 다양한 활동의 결과물이 므로 현대자동차는 뿌리기업에 속하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직 많은 이들이 뿌리산업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 종사자라 해서 크게 다르진 않다. 하지만 자동 차의 90% 가량을 이루는 것이 다름 아닌 뿌리기술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뿌리기술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실제로 뿌리산업의 현황과 별개로 뿌리기술의 첨단화에 대한 가능성은 많은 주목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뿌리기술의 현주소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의 2013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뿌리기업이 매출액 가운데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이는 전자부품 관련 기업(4.5%)은 물론 전체 제조업 평균(2.8%)에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그런데 기술개발 연구소를 보유한 뿌리기업 (1억 2,100만 원)은 그렇지 않은 기업(8,900만 원)에 비해 1인당 부가가치가 36%나 높았다. 이러한 격차는 종업원 수가 적을수록 더큰 것으로 나타났다. 10~49인 규모에 해당하는 소기업의 경우, 연구소를 보유한 기업과 보유하지 않은 기업 간에 1인당 부가가치는 57%나 차이를 보였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뿌리기술의 수준은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을까.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의 주조 기술 수준이 100일 때 일본의 주조 기술이 99.4, 미국은 96.1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86.4, 중국은 79.3이라고 한다. 나머지 5개 분야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중국 보다는 기술 수준이 높지만 유럽이나 미국, 일본에 비해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최근 정부에서는 뿌리기업의 스마트공장이나 R&D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책을 내놓고 있다.
 
  뿌리기술의 발전과 관련해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이상목 센터장은 뿌리기술이 4대 지향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형상능, 동작능, 환경능, 혁신능이 바로 그것이다. 형상능은 제품을 더 크게, 혹은 더 작게 만드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형태가 복잡한 제품을 용접 또는 접합 없이 단번에 만들어내는 것을 예로들 수 있다. 동작능은 소재가 구현할 수 있는 임계특성(critical property)을 돌파하는 것을 가리킨다.
 
  환경능은 에너지원을 바꿈으로써 에너지 소비와 환경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도금과 같은 표면처리 분야는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만큼 환경능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혁신능은 최근 각광받는 3D 프린팅, 빅데이터, IoT 등과의 결합을 통해 차세대 뿌리기술로 거듭나는 것을 가리킨다.
뿌리기술, 제조를 위한 기초대사
이상목 센터장은 “뿌리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눈에 띄지 않지만 그들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초대사다”라고 강조했다. 흔히 우리들은 야구선수가 날리는 한 방의 홈런,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화려한 점프를 보고 환호한다. 하지만 그 홈런과 점프를 위해서는 길고 지루한 근력운동이 필요하다. 자동차나 항공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을더 잘 만들기 위해서는 날카롭게 벼린 뿌리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첨단 뿌리기술에 대해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했다. 하나는 제조인들이 갖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각 분야 뿌리기술 자체가 진보하는 것이고, 또하나는 IoT나 3D 프린팅, 소프트웨어 등 새롭게 등장한 첨단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첨단화다.
제조인들의 고민 해결하는 첨단 뿌리기술
앞서 살펴본 것처럼 뿌리산업은 자동차나 IT산업 등 여느 성장동력산업과 마찬가지로 R&D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매년 첨단 뿌리기술을 선정하고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또 지난 7월에는 한국기계산업진흥회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두 축을 이뤄 금형 분야의 첨단화를 지원하는 한국금형센터의 문을 열었다. 이러한 지원을 자양분으로 지금도 다양한 뿌리기업과 연구기관에서 뿌리산업 종사자들이 갖는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첨단 뿌리기술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첨단 뿌리기술 선정
산업통상자원부는 뿌리산업의 첨단화를 위해 첨단 뿌리기술을 매년 50~100개 선정하고 있다. 지난해 에는 66개 기술을 첨단 뿌리기술로 선정했다. 첨단 뿌리기술은 250개 후보 기술 가운데 전문가 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선정한다. 전문가 위원회는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수요기업의 기술 관련 전문가와 대학교 교수, 국책연구소 연구원으로 구성된다. 기준은 기술의 혁신성과 시장성이다. 특히 3~5년 이내에 개발 및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뿌리기술을 주로 선정한다.
 
  지난해 선정된 첨단 뿌리기술을 살펴보면 금형 분야 기술이 13개로 가장 많으며 용접(12개), 주조와 소성가공(각 11개), 열처리(10개), 표면처리(9개)가 그 뒤를 잇는다. 개발 단계별로는 기초 연구를 수행 중인 기술이 3개, 개발 중인 기술이 31개, 사업화 가능한 기술이 16개, 고도화가 필요한 기술이 16개다.
 
  이후 산업부는 선정된 뿌리기술을 어떤 기업에서 보유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66개 기술 중 국내 기업이 보유 중인 기술은 19개에 불과했다. 첨단 뿌리기술을 보유 중인 23개 기업은 중견기업인 1개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중소기업이었다. 산업부는 올해도 첨단 뿌리기술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첨단 금형 기술 육성을 위한 한국금형센터
비록 우리 회사가 가진 기술이 첨단 뿌리기술에 속하지 않더라도 연구 및 개발을 게을리 할수는 없다. 문제는 장비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 이에 한국기계 산업진흥회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경기도 부천 오정일반산업단지 내에 금형 기업의 첨단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금형센터를 개소했다. 한국금형센터는 금형의 시험 생산(tryout)과 금형 관련 첨단 기술 개발을 지원하며, 설계 및 가공 전문인력 교육훈련을 통해 뿌리기업의 고질적인 고민거리인 인력난 해소에 도움을 준다.
 
  한국금형센터는 5축 레이저 패턴 가공기, 사출성형기를 비롯해 3차원 측정기, 설계 및 해석을 위한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 수도권 소재 기업은 장비 사용료를 할인받을 수 있으며, 장비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한국금형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하면 된다.
일본의 첨단 사출성형 기술
지난 6월 광주에서 개최된 제2회 국제뿌리산업포럼에서는 최신 뿌리기술에 대한 다양한 세미나가 이뤄졌다. 그 중에서도 아키모토기술사무소 아키모토 히데오(秋元 英郎) 소장의 ‘일본 최신 플라스틱 사출 발포 성형 기술’을주제로 한 세미나는 뿌리산업 종사자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사출성형은 녹인 플라스틱을 금형 속에 사출 시켜 원하는 형상을 만드는 방법으로, 대량의 제품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사출성형은 플라스틱 수지를 금형 캐비티 안에 사출한 다음, 냉각되면서 딱딱해진 제품을 꺼내는 순으로 이뤄진다. 발포 성형은 플라스틱 수지를 채워 넣은 다음 기포를 발생시키는 공정이 더해진다. 발생된 기포는 부풀어 오르면서 폴리머를 밀어낸다. 따라서 압력을 작게 주더라도 성형이 가능하며, 사출성형 유닛의 힘이 세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발포성형은 자동차의 엔진룸 또는 에어컨 부품, 엔진 커버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된다.
 
  이날 아키모토 소장은 발포성형의 단점을 보완한 미세발포성형에 대해 이야기했다. 미세발포(micro cellular)란 기존 발포성형에 비해 기포의 양이 훨씬 많고 크기가 작은 것을 가리킨다. 이때 양은 1cm3당 1억 개 이상이며, 크기는 평균 100µm 이하다. 사실 미세발포성형은 단순히 사출에 필요한 압력을 줄이기 위해 개발된 것은 아니다. 미세발포성형은 기존 사출성형에 비해 낭비되는 플라스틱 양을 줄일 수있다. 플라스틱의 원료가 석유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세발포성형의 보편화는 석유 에너지 절감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미세발포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초임계유체가 필요하다. 초임계유체는 간단히 말해 기체와 액체의 중간 상태다. 기체는 분자와 분자 간 거리가 멀면서 분자의 운동이 빠르고, 액체는 분자 간 거리가 가까 우면서 분자의 움직임이 느리다. 초임계유체는 분자간 거리가 가까운 동시에 분자의 움직임은 빠른 성질을 갖고 있다. 아키모토 소장은 “더운 여름 날 탄산 가스가 든 펌프 내부는 초임계유체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미세발포는 얇은 리브에도 원활히 사출할 수 있어 제품의 두께를 줄일 수 있으며, 제품의 경량화에도 도움을 준다. 또 성형 사이클을 단축하고 제품의 정밀 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최근 많은 연구진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기업 가운데에서는 도요보(東洋紡), 유니티카 등에서 연구하고 있다.
환경친화적인 표면처리를 위해
앞서 이야기한 미세발포성형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 석유 절약에 일조한다. 이처럼 최근의 첨단 뿌리기술은 생산성과 비용 절감 외에도 환경을 고려 하는 양상을 보인다. 뿌리산업 중에서도 표면처리는 공정 폐수와 유해 물질 등으로 인해 ‘환경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분야다. 그렇다면 표면처 리, 그 중에서도 코팅 부문의 글로벌 기업인 올리콘 발저스에서는 어떠한 방법으로 환경 문제를 극복하고 있을까. 오래 전부터 표면처리 분야에서는 크롬(Cr)을 활용한 도금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6가지 대표 유해물질(납, 수은, 카드 뮴, 6가 크롬, PBB, PBDE) 중 하나인 6가 크롬에 대한 규제가 강해졌다. 이에 따라 올리콘발저스는 유럽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를 준수하고, 시대적인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크롬 도금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친환경 코팅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환경친화적인 코팅 솔루션으로는 우선 PPD(Pulse Plasma Diffusion)를 들 수 있다. PPD는 플라스마를 침투 및 확산시켜 대형 금형 표면에 고경도의 금속 화합물을 형성해 금형의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다. 두 번째로는 ePD(embe dded PVD for Design parts) 기술이 있다. ePD는 6가 크롬과 같은 유해 물질이나 기타 중금속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플라스틱 부품에 크롬 느낌을 입힐 수 있어 6가 크롬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올리콘발저스는 표면처리 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친환경적인 코팅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환경경영시스템(ISO 14001) 인증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는 활동 역시 꾸준히 이행하고 있다.
 
  환경 이외에도 PVD 코팅 분야는 최근 ‘난삭재 가공’이라는 과제에 맞닥뜨렸다. 최근 고속정 밀가공이나 난삭재 가공에 활용되는 가공 공구들은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수명이나 가공 품질을 내지 못하고 있다. PVD 코팅은 이러한 가공 공구들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올리콘발저스의 BALINIT ALCRONA PRO는 건식 가공에 적합한 코팅 기술이다. 하지만 최근 올리콘발저스는 고속정밀가공에 대한 수요를 만족하기 위해 고속 건식 가공에 적합한 BALINIT ALTENSA 코팅을 새롭게 선보 였다.
융합으로 이루는 첨단화
앞서 제조인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첨단 뿌리기술에 대해 살펴봤다. 그런데 ‘첨단’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첨단’을 진보된 (advanced) 것 또는 발달한(developed)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첨단은 뾰족한(尖) 끝(端), 즉 커팅 에지(cutting edge)다. 커팅 에지는 절삭날을 가리키 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잘랐을 때 나타나는 절단면을 이르기도 한다. 사과를 반으로 자르면 하얀 절단 면이 드러난다. 이 절단면은 처음 보는 것이다. 이전에는 사과를 자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첨단,즉 커팅 에지는 이미 개발을 마친 영역이 아니라 아직 누구도 개발하지 않은 황무지와 같은 것이다.
더 많이 융합할수록 첨단은 가까워진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이상목 센터장은 “첨단은 두개 이상의 분야(discipline)가 만날 때 이뤄지는 접점”이라고 이야기했다. 동그라미 두 개를 일부가 겹치도록 그리면 네 개의 접점이 나온다. 세 개를 그리면 접점은 여섯 개로 늘어난다. 이 때 생기는 첨단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미지의 분야다.
 
  뿌리기술과 빅데이터의 융합을 예로 들어보자. 최근 기술 발달로 인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있게 되면서 뿌리산업에 빅데이터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누군가에게 뿌리기 술과 빅데이터 간 융합은 이미 ‘현실’의 영역에 자리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많은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른 채 발만 구르고 있다. 뿌리산업에서의 빅데이터는 아직 많은 발전 가능성을 품고 있는 첨단 기술인 것이다.
 
  3D 프린팅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3D 프린팅의 가능성을 높이 사고 있다. 앞으로는 힘들여 쇳물을 붓고 금형을 깎지 않아도 될 것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컴퓨터가 3,000여 년에 이르는 종이의 역사를 단번에 끝낼 수 없는 것처럼 전통 뿌리기술은 3D 프린팅과 공존해 나갈 것이다. 아니, 융합을 통해 3D 프린팅이 뿌리기술의 일부로 편입될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자동설계, 시뮬레이션, 자동화 등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이상목 센터장은 “만약 뿌리산업에 8,000개의 기술이 있다면 3D 프린팅은 8,001번째 기술이 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3D 프린팅이 많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제조 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안정 궤도에 접어든 소프트웨어
뿌리기술과 소프트웨어의 접점으로는 대표적으로 CAD와 CAE를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CAD의 경우, 최근에는 오히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보편적인 솔루션으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현장에서의 활용’이다. 이와 관련해 인하공업전문대학 기계설계과 정태성 교수는 최근 금형 산업 현장에서는 ‘자동설계’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 역시 금형 자동설계에 대해 다뤄달라는 독자들의 의견을 드물지 않게 받아왔다. 그렇 다면 왜 자동설계일까. 금형 중에서도 사출금형은 2000년대 초반 부터 3차원 금형 설계가 보편화되어 AUTO CAD 등의 자동화 설계 프로그램이 개발 및보급되었다. 더불어 최근에는 프레스금형 역시 3차원 설계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때 금형 분야에 자동설계가 보편화될 경우 설계 시간과 함께 불량률을 줄이고, 설계 표준화를 이룰 수 있다. 또 숙련도가 낮은 설계자의 업무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설계는 금형 분야의 인력난을 해결할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태성 교수는 “문제는 기존의 2차원 도면을 요구하는 공정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설계자는 3차원 모델링을 수행하는 동시에 2차원 도면 작업 역시 완전히 도외시할 수 없어 일을 두 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제조 공정 혁신을 통해 제조 과정에서 3차원 모델링 정보를 바로 활용하는 식으로 업무 부담을 덜고 있다. 또 설계 소프트웨어가 제조 과정에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해주거나 간단한 도면은 자동으로 생성하는 단계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설계 지식을 기반으로 설계자의 오류를 미리 잡아내고, 적절한 설계 방안까지 제시하는 설계의 지능화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뿌리공정의 해석 역시 합리적인 가격의 국산 솔루 션이 보급되면서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고 있다. 단조의 경우 생산하고자 하는 제품의 수량에 따라 단수를 적절히 조절해 비용을 효율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경험이 풍부한 일본 은퇴 엔지니어를 데려와 공정 설정을 의뢰했지만, 최근 단조 해석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노하우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었다.
 
  주조 역시 해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추세다. 특히 주조는 높은 온도로 가열해 액체 상태로 용융시킨 금속 소재를 주입해 형상을 만드는데, 액체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유체 해석은 강체 해석에 비해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한다. 이에 애니 캐스팅에서는 컷셀(Cut-Cell) 기법과 다공성 물질 (Porous Media) 기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기법을 통해 해석의 정확도를 높였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의 순풍에 올라탄 3D 프린팅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 mization)과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올라타 순풍에 돛 단 듯 기세를 높이는 3D 프린팅. 제조업에서 3D 프린팅은 절삭가공의 단점을 보완하는 수단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3D 프린팅은 뿌리기술 과의 융합을 통해 뿌리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
 
 3D 프린팅을 통한 주조 공정의 효율화
  지금까지 주조 공정을 통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과 주조 방안을 설계한 뒤, 공정해석 소프트 웨어를 활용해 주조 및 응고를 시뮬레이션 했다. 그결과가 만족스러울 경우 위아래 주형과 중자(core)를 만든 뒤 합형한 주형에 쇳물을 붓고, 쇳물이 식으면 부서진 중자를 털어내 제품을 만들었다. 그런데 주형을 3D 프린터로 만든다면 패턴과 중자를 제작 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제작 기간이 크게 줄어 든다. 실제로 기존 주조 공정에서 십수 개의 목형을 사용해 만들던 제품도 3D 프린터를 활용하면 상판과 하판 두 개의 주형만 있으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센트롤이 산업용 주물사 3D 프린터를 최초로 선보였다. 센트롤의 주승환 부회장은 “일본의 경우 유수의 자동차 기업들이 주조 공정에 3D 프린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국내 뿌리기업 역시 디지털 패브리케이션(Digital Fabrication)을 통해 제조 혁신을 이룬다면 높은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3D 프린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CAM 소프트웨어를 갖춰야 한다. Materialise의 3D 프린팅을 위한 CAD 소프트웨어 Magics는 다양한 3D 프린터와 결합되어 제공된다. 실제로 터빈이나 밸브 압축기 등을 제작하는 기업인 RP CAST는 Magics를 활용해 마스터 파트의 3D 모델링을 제작한 다음 아크릴 계열의 재료로 파트를 출력했다. 나머지 과정은 일반 주조 공정과 동일하다. 이를 통해 왁스 패턴 제작을 위한 금형 절삭 작업을 생략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절약했다.
 
 3D 프린팅은 금형을 대체할 수 있을까?
  최근 3D 프린터가 형상을 적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적층 가능한 소재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묻는다. “3D 프린팅이 금형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니오’다. 정태성 교수는 “3D 프린팅은 고가의 제조설비를 갖추지 못한 이들 역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구체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경우 3D 프린팅은 금형의 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3D 프린팅은 금형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금형은 양산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수명’이 가장 큰 이슈였다. 하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이 보편화된다면 금형의 수명은 지금보다 낮아져도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다. 트렌드를 좇아 빠르게, 싸게 만드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미뤄본다면 3D 프린팅은 금형이 아니라 기존 절삭가공을 일부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정태성 교수는 “지금은 자본을 갖춘 일부 기업에 의해 제품이 개발 및 양산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이러한 제품을 맹목적으로 구매하고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3D 프린팅 등을 활용해 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평가하고 금형으로 상용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뿌리기업에 번지는 자동화의 물결
제조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IT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소재의 조직이나 물성 변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소프트웨어이며, 두 번째는 현장 내 장비를 가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마지막이 자동화된 장비와 장비, 장비와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솔루션이다. 스마트공장은 네트워크 솔루션을 활용해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IT 기술과 현장 내 장비, 그리고 사람을 연결한 제조 현장을 가리킨다.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뿌리기업에도 스마트공장의 물결이 들이닥쳤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과 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는 뿌리기업의 공정자동화 및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에 나섰다.
 
  스마트공장에 대한 뿌리기업의 높은 관심 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에 따르면 2015년 9월 기준 스마트공장 구축이 완료된 제조기업 가운데 뿌리기업의 비중은 17.9%다. 이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표면처리 기업이 4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 했으며, 금형이 22%로 그 뒤를 이었다. 소성가공, 주조, 열처리가 그 뒤를 이었으며 용접 및 접합이 3%로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용접 및 접합은 독자적인 산업으로 존재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전체 제조기업 가운데 뿌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6%로 나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뿌리기업의 스마 트공장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인 것으로 보인다. 민관 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의 배경한 부단장은 “특히 주조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뿌리기업에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는 데 있어 애로사항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기술력도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일부 업종은 스마트공장 구축을 방해하는 조건을 갖고 있다. 스마트공장 구축 시, 물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제품에 센서 또는 RFID를 부착한다. 하지만 표면처리, 그중에서도 도금 공정에서는 제품에 센서나 RFID를 부착하기가 힘들다. 부착한다 하더라도 도금을 마치면 센서나 RFID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스마트공장의 목표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 목적으로는 많은 이들이 ‘생산성 향상’과 ‘코스트 절감’을 꼽는다. 이에 대해 배경한 부단장은 “효율 향상에서더 나아가 스마트공장을 통해 적극적인 정보 시스템, 즉 마케팅에 활용 가능한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스마트 공장은 정보 수집 및 분석을 통해 신제품 개발 과정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맨홀 뚜껑만을 만들어오던 한 주조 회사는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해 주조로 생산 가능한 신제품을 추가로 개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했다.
 
  또 다른 기업은 엔저로 인한 손해를 메우기 위해 스마트공장을 도입했다. 해당 기업은 자사의 장비 가동률이 70~80%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MES를 통해 분석한 결과 실제 가동률은 40%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추가 수주를 받아 엔저로 인한 손실을 만회했다. 배경한 부단장은 “스마트공장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마케팅 파워를 강화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튼튼한 뿌리를 위해 필요한 것들
2015년 4월 조사 결과, 우리나라 GDP 가운데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1.1%로 나타났다. 독일 (22.6%), 일본(21.0%) 등 제조강국으로 손꼽히는 국가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제조업의 수익성은 1990년대 6.8%에서 2011~2013년에는 5.7%까지 내려앉았다. 설상가상 우리나라의 생산가능 인구 비중 역시 2010년 73%에서 2030년 에는 63%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수익성을 높이고 노동부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기술의 첨단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뿌리기술의 첨단화를 위한 노력
우선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는 인재 키우미 사업, 산업 지키미 사업, 경제 이끄미 사업을 통해 뿌리산업의 수준을 고도화한다. 이 가운데 뿌리기술의 첨단화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정책으로는 뿌리기 업-수요기업 기술협력지원과 뿌리산업 전문기술 인력양성 사업, 뿌리기업 자동화·첨단화· 스마트화 지원사업이 있다.
 
  뿌리기업-수요기업 기술협력지원은 수요 조사를 거쳐 국내외 수요기업과 뿌리기 업을 발굴하고 매칭시킴으로써 첨단 뿌리기술을 통한 수익 창출을 유도한다. 또 뿌리기업과 수요기업 간 기술협력 과제에 대해 시제품 제작도 지원한다. 뿌리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 하는 뿌리기업 자동화·첨단화·스마트화 지원사업은 많은 뿌리기업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지난해 개최된 ‘뿌리기업 자동화·첨단화 지원사업 성과발표회’에서는 재영솔루텍(금형), 새한진공열 처리, 대림엠티아이(소성가공) 등 지원 대상 기업에서 스마트공장 구축 과정과 성과, 개선할 점 등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올해 뿌리기업 자동 화·첨단화·스마트화 지원사업에는 40억 원(공정 자동화 20억 원, 공장 스마트화 20억 원)이 지원되었다.
 
  한편 정부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뿌리기업들이 모인 지역 가운데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을 선정해 뿌리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하고 총 10개 지역(시흥, 진주, 김제, 광주, 고령, 부산, 울산, 원주, 대구, 순천)에 지역뿌리기술지원센터를 설립했다. 각 센터는 해당 지역에 위치한 뿌리기업에 대해 현장 맞춤형 기술지원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 중 2017년에 완공될 예정인 울산뿌리기술지원센터는 ‘뿌리산업 ACE기술 지원센터’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ACE기술은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
뿌리산업, ACE로 거듭나다
아직 뿌리산업은 3D(Dirty, Dangerous, Difficult) 업종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인력난등 뿌리산업이 앓고 있는 다양한 문제 역시 이러한 인식에서 기인한다. 이에 대해 국가뿌리산 업진흥센터 이상목 소장은 “사실 사람들이 싫어 하는 것은 뿌리산업 자체가 아니라 현재 뿌리산 업이 갖고 있는 속성”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뿌리산업이 3D라는 속성을 벗어던질 수 있다면 성장동력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인력난과 기술부족 문제 역시 해결 된다는 것이다. 이에 지식경제부는 지난 2012 년, ‘뿌리산업의 ACE산업화 원년’을 선언했다.
 
  ACE산업화는 위험한(Dangerous) 것을 자동화(Automatic)하고, 더러운(Dirty) 것을 깨끗 (Clean)하게 만들고, 어려운(Difficult) 공정을 쉽게(Easy) 바꾸는 것을 가리킨다.
  카드에서 가장 강력한 패(牌)인 에이스(ACE)는 야구에서 기량이 가장 뛰어난 투수를 가리 키며, 배드민턴에서는 선수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결정타를 일컫는다. 공통점은 부진에 빠진 게임을 뒤집고 기세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라는 점이다. 첨단 뿌리기술을 통해 ACE산업으로 거듭나는 뿌리산업 역시 부진에 빠진 제조업을 건져 올릴 에이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TAG :  뿌리기술  뿌리산업  첨단  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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